우연히 들린 옛날 오락실 💕🌸
우연히 들린 옛날 오락실 💕🌸
홍브로
1주 전
잠깐만 하려다 하루가 삭제됐다
분명 나는 붕어빵만 사러 나갔다. 그런데 골목 끝에서 ‘띠리리링’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발이 알아서 방향을 틀었다. 문을 열자마자 먼지 냄새랑 오래된 조이스틱 냄새가 섞여서, 이상하게 심장이 먼저 초등학생이 됐다.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사장님은 카운터에서 귤을 까고 있었고, 나는 괜히 어른인 척 “구경만 좀 할게요”라고 했다. 그러다 발견했다. 화면 한쪽에 박혀 있는 1등 스코어. 이름은 ‘KIM’, 점수는 987,600점. 순간 속에서 누가 말했다. ‘저건 오늘 깨야 한다.’
동전이 줄어들수록 자존심은 커졌다
처음엔 가볍게 500원만 넣었다. 결과는 3분 컷. 내 캐릭터는 시작하자마자 적에게 부딪혔고,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 손이 덜 풀렸네.” 혼잣말인데 사장님이 들었는지 귤을 까다 말고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라고 했다.
그 말에 이상하게 불이 붙었다. 편의점에서 뽑아온 현금이 동전으로 바뀌고, 점심은 컵라면으로 대체됐다. 나는 점점 의자에 붙어갔다. 옆에 있던 초등학생이 내 플레이를 보더니 “아저씨, 거기서 필살기 써야죠”라고 했다. 아저씨라는 단어에 한 번 맞고, 보스에게 두 번 맞았다.
오후 네 시쯤 드디어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웠고, 조이스틱은 삐걱거렸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장님이 내 뒤에 와서 말했다. “그거 1등 KIM, 나예요.” 나는 순간 조이스틱을 놓칠 뻔했다. 아니, 보스보다 강한 사람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니.
마지막 한 판이라고 말한 지 세 시간
사장님은 갑자기 코치가 됐다. “거긴 피하지 말고 붙어.” “폭탄 아껴.” “아, 지금 그거 아니지.” 잔소리는 엄마 같았는데 효과는 있었다. 어느새 점수는 980,000을 넘었고,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마지막 보스를 잡는 순간 화면이 번쩍였다. 989,200점. 1등이었다.
나는 거의 월드컵 우승한 사람처럼 주먹을 쥐었다. 사장님도 박수를 쳤다. “이름 세 글자 넣어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이니셜을 입력했다. 그런데 화면에 뜬 건 ‘AAA’. 너무 긴장해서 버튼을 연타한 결과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 붕어빵은 이미 다 식어 있었다. 대신 내 머릿속엔 계속 오락실 화면이 떠다녔다. 하루 종일 해서 얻은 건 1등 기록과 손목 통증, 그리고 깨달음 하나. 옛날 오락실은 시간이 멈춘 곳이 아니라, 들어가는 순간 내 일정표만 삭제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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