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80억분의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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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브로

오늘

80억분의 1

출근길에 남의 알람이 울렸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아침, 나는 내 인생이 너무 반복 재생 같았다. 같은 지하철, 같은 편의점 커피, 같은 팀장님의 "어제 그 건은요?"까지. 그래서 친구가 전날 밤에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야, 다른 인생을 하루만 살아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지 않아?"

그 말을 떠올리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기다리는데, 옆 사람도 나랑 똑같은 폰 케이스를 쓰고 있었다. 검은색, 모서리 깨짐, 뒤에 붙은 투명 스티커 자국까지 비슷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폰을 집어 들고 회사로 뛰었다. 문제는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알았다. 잠금화면에 뜬 알림이 "오늘 10시 플라잉요가, 12시 고양이 병원, 3시 영상 편집 마감"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타인의 하루

처음엔 당황했다. 그런데 잠깐, 이 사람 인생 좀 재밌어 보였다. 요가를 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영상 편집을 한다니. 내 폰에는 보통 "법인카드 영수증 제출" 아니면 "치킨 할인 쿠폰"뿐인데. 순간 머릿속에서 드라마가 재생됐다. 자유로운 프리랜서, 햇살 드는 작업실, 무심하게 라떼 마시는 나. 멋있잖아?

그때 전화가 왔다. 저장명은 "엄마". 받으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래 울려서 결국 받았다. "어, 딸. 병원 예약 또 까먹지 마. 그리고 고양이 약은 냉장고 위에 있다." 나는 급하게 "네, 네"만 했다. 바로 이어서 메시지가 쏟아졌다. 클라이언트는 수정 요청을 세 번 보냈고, 요가 선생님은 지각하면 수업권 차감이라고 했다. 고양이는 사진 속에서 이미 세상을 다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남의 인생도 월요일은 월요일

점심시간에 겨우 원래 주인과 연락이 닿았다. 카페에서 마주친 그 사람은 내 폰을 들고 있었다. 나보다 더 지쳐 보였다. 첫마디가 이거였다. "회사원 폰이라길래 안정적인 줄 알았는데, 왜 오전에 팀장님한테 전화가 여섯 통 와요?" 나는 웃다가 사과했다. "프리랜서는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요, 왜 스케줄이 군대예요?"

우리는 서로 폰을 돌려받고 잠깐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그 사람이 말했다. "다른 인생 살아보는 거, 생각보다 빡세네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80억 명 중에 내 인생 하나도 제대로 굴리기 벅찬데, 남의 인생까지 탐내고 있었던 거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 내 폰에 팀장님 메시지가 떴다. "어디세요?" 이상하게 반가웠다. 물론 3초 뒤에 안 반가웠다. 그래도 내 인생엔 장점이 있었다. 퇴근 후 치킨 쿠폰은 진짜 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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