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이태원은 처음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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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브로
오늘
분명 밥만 먹고 헤어질 계획이었다
이태원역 2번 출구에서 외국 친구 셋을 만났는데, 첫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톰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 오늘 한국 사람처럼 놀고 싶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이미 집에 늦게 들어갈 운명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들은 교환학생 때 알게 된 애들이었다. 미국에서 온 톰, 프랑스에서 온 루시, 호주에서 온 벤. 다들 한국은 처음이라면서도 유튜브로 배운 말은 기가 막히게 했다. 벤은 식당 들어가자마자 사장님께 ‘이모, 여기 맛집 맞죠?’라고 해서 내 숟가락이 잠깐 공중에서 멈췄다.
삼겹살보다 무서운 건 쌈장 리필
우리는 삼겹살집에 들어갔다. 내가 고기를 굽자 톰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건 바비큐야, 아니면 의식이야?’ 루시는 상추쌈을 한입에 넣고 눈이 커지더니 엄지를 세웠다. 문제는 벤이었다. 쌈장을 고추장으로 착각하고 밥 위에 한 숟가락을 올렸다. 내가 ‘야, 그거 조금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입속으로 사라졌다.
벤은 3초 동안 조용했다. 그리고 물을 찾는 대신 갑자기 한국어로 ‘괜찮아요!’를 외쳤다. 얼굴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자존심만은 이태원 정상까지 올라간 표정이었다. 옆 테이블 아저씨가 웃으면서 콜라를 건네줬고, 벤은 두 손으로 받으며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 테이블은 이상하게 동네 회식 분위기가 됐다.
예상 못 한 통역 알바가 시작됐다
밥을 먹고 골목을 걷는데 톰이 갑자기 사라졌다. 순간 식은땀이 났다. 외국 친구를 이태원 한복판에서 잃어버린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전화를 했더니 뒤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톰이 길거리 타로 부스 앞에 앉아 있었다. ‘내 미래 ★★★어봤어. 근데 선생님이 영어를 못 하셔.’
결국 나는 즉석 통역사가 됐다. 타로 선생님이 카드를 넘기며 ‘이분은 연애운보다 식탐이 강하네’라고 하셨다. 내가 영어로 최대한 부드럽게 ‘You love food more than romance’라고 하자 톰은 박수를 쳤다. ‘정확해! 한국 타로 대박!’ 옆에 있던 루시는 웃다가 거의 주저앉았다.
한국 사람처럼 놀고 싶다더니
마지막으로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벤은 아직도 쌈장 사건을 잊지 못했는지 ‘한국 음식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중얼거렸다. 톰은 타로 결과를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루시는 편의점 의자를 두드리며 ‘여기가 진짜 로컬 바이브’라고 했다.
헤어질 때 톰이 말했다. ‘오늘 완전 한국 사람처럼 놀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벤이 조용히 물었다. ‘근데 한국 사람들은 다 밤 11시에 아이스크림 먹고 타로 보고 쌈장으로 울어?’ 순간 다 같이 빵 터졌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코스는 처음이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사실 나도 오늘 이태원은 처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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