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혼자 집 지킨 후기 💕🌸
추석에 혼자 집 지킨 후기 💕🌸
홍브로
오늘
집에 혼자 남은 첫 12분
이번 추석, 나는 집에 혼자 남았다. 다들 새벽부터 큰집으로 출발했고, 나는 살짝 감기 기운이 있다는 말로 조용히 생존권을 얻었다. 문제는 가족이 떠난 지 12분 만에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났다는 거다.
그때 내 모습이 좀 심했다. 거실 한가운데 이불 깔고, 전 부친 접시 옆에 콜라, 리모컨, 충전기, 귤까지 반경 30cm 안에 배치해둔 상태였다. 입에는 동그랑땡을 물고 있었고, TV에서는 추석 특선 영화가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현관을 봤다. ‘설마 빈집 털이범이 명절에 근무를?’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했다.
혼자만의 명절은 생각보다 짧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건 여동생이었다. 동생은 내 꼴을 보더니 가방도 안 내려놓고 말했다. ‘와, 오빠 진짜 명절 폐인 같다.’ 나는 괜히 당당하게 ‘여긴 이제 내 왕국이야’라고 했지만, 동생은 에어팟을 찾으러 왔다며 내 감자칩을 한 움큼 집어갔다.
동생이 나간 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혼추석 모드에 들어갔다. 잡채를 데우고, 엄마가 남겨둔 갈비찜을 꺼냈다. 평소엔 잔소리처럼 들리던 ‘밥은 꼭 챙겨 먹어’가 이상하게 좀 따뜻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보냈다. ‘나 잘 먹고 있음.’ 엄마는 바로 답장을 했다. ‘잘했네. 근데 현관 앞 송편 박스 오면 받아줘.’
나홀로 집에가 아니라 송편 물류센터
그때부터였다. 초인종이 한 번 울렸다. ‘송편입니다.’ 또 울렸다. ‘큰이모 댁 가져가실 거 맡기고 갈게요.’ 세 번째에는 옆집 아주머니가 오셔서 ‘어머니가 여기서 찾으라던데?’ 하셨다. 나는 어느새 후드티 차림으로 현관에서 박스에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추석 특선 영화는 주인공이 위기에 빠져 있었고, 나도 비슷했다. 다만 내 적은 도둑이 아니라 송편이었다.
저녁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있으니까 심심할까 봐 사람들 좀 오가게 했어.’ 나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 현관 앞에 쌓인 송편 여섯 박스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이번 추석에 나는 분명 나홀로 집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 종일 누구보다 바빴고, 가족 단톡방에는 내가 찍은 송편 재고 사진만 14장이 남았다. 내년엔 감기 말고 그냥 따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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