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만남: 첫사랑 탑승 💕🌸
우연한만남: 첫사랑 탑승 💕🌸
홍브로
3일 전
퇴근길 2호선에서 눈이 마주쳤다
그날따라 지하철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안내 방송이 안 들렸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 순간, 10년 전 내가 매점 앞에서 초코우유를 사주던 그 애가 서 있었다.
처음엔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근데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휴대폰을 보는 버릇,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는 표정이 그대로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 마치 고등학교 ★★ 넥타이를 다시 매는 기분이었다.
아는 척을 할까 말까, 세 정거장을 고민했다
그 애는 내 앞 손잡이를 잡고 섰고, 나는 앉은 채로 무릎 위 도시락 가방만 쳐다봤다. 회사에서 남은 김밥 두 줄을 챙겨온 내가 갑자기 너무 생활감 넘쳐 보였다. ‘지금 말 걸면 뭐라고 하지? 오랜만이야? 나 알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만 열 번 돌렸다.
그러다 지하철이 급정거했다. 그 애가 휘청하면서 내 무릎 위 김밥 가방을 정확히 눌렀다. 나는 본능적으로 “김밥!” 하고 외쳤고, 그 애가 나를 봤다. 눈이 동그래지더니 말했다. “어… 혹시 민수?”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순간 영화처럼 배경음악이 깔리는 줄 알았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와, 너 진짜 오랜만이다”라고 했지만, 목소리가 편의점 봉투처럼 바스락거렸다.
첫사랑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우리는 다음 역에서 내려 플랫폼 의자에 잠깐 앉았다. 근황 토크는 생각보다 빨랐다. “너 결혼했어?” “아니.” “연애는?” “쉬는 중.” 여기서 심장이 또 혼자 뛰기 시작했다. 근데 그 애가 이어서 말했다. “나도 쉬는 중인데, 이유가 있어.”
나는 괜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는 가방에서 전단지를 꺼냈다. “나 요즘 필라테스 센터 오픈했거든. 첫 등록 할인해줄게.” 10년 만의 첫사랑이 내게 건넨 건 추억이 아니라 오픈 이벤트 쿠폰이었다.
나는 너무 웃겨서 결국 터졌다. 그 애도 같이 웃었다. “너 아직도 웃을 때 눈 없어지네.” 그 말에 잠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집에 와서 김밥을 먹다가 든 생각
결국 우리는 번호를 교환했다. 로맨스가 다시 시작됐냐고 묻는다면, 일단 내일부터 체험 수업을 가기로 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근데 가끔은 복근 운동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눌린 김밥은 모양이 엉망이었지만 맛은 그대로였다. 사람도 그런가 보다.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반가운 맛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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