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주다 애인 생긴 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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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브로
1주 전
그날 나는 보스보다 채팅에 맞았다
MMO RPG에서 연애를 할 줄은 진짜 몰랐다. 나는 그냥 퇴근하고 접속해서 물약값이나 벌던 평범한 힐러였다. 그런데 어느 날, 파티장이 나를 보더니 말했다. “힐러님, 저 살려주신 거 맞죠? 제 심장도요.”
처음엔 당연히 장난인 줄 알았다. 닉네임도 ‘검은양말’이라 설레기엔 너무 생활감 있었다. 나는 “일단 탱커님 피부터 챙기세요”라고 답했고, 그는 보스 패턴보다 빠르게 “네, 제 피는 이미 님한테 있음”이라고 쳤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접속하는 사람
이상하게 그 사람은 매일 밤 10시에 나타났다. 내가 채집하고 있으면 옆에서 몹을 잡아주고, 던전 가면 꼭 내 옆자리에서 뛰었다. “오늘 회사 힘들었어요?”라고 묻는 게 게임 NPC 대사보다 자연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하루 얘기를 줄줄 했다.
며칠 뒤 길드 음성 채팅을 켰다. 그의 첫마디는 생각보다 낮고 조용했다. “안녕하세요, 힐러님.” 나는 괜히 물컵을 엎을 뻔했다. 게임 캐릭터는 2미터짜리 전사인데, 목소리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데워줄 것 같은 사람이라 더 웃겼다.
첫 만남은 레이드보다 어려웠다
한 달쯤 지나고 우리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혹시 몰라 친구에게 위치 공유까지 했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누가 내 앞에서 멈췄다. 회색 후드, 검은 운동화, 그리고 손에는 게임 굿즈 키링.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검은양말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카페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우리 길드장님?” 알고 보니 옆 테이블에 우리 길드 사람들이 정모 중이었다. 우리는 첫 데이트 3분 만에 길드 전체에게 공개 연애 예고편을 틀어버린 셈이었다.
결국 우리는 커플 칭호를 얻었다
그날 길드장은 우리를 보며 박수쳤다. “야, 이 파티 조합 안정적이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이스아메리카노만 계속 저었고, 그는 조용히 말했다. “저 오늘 탱킹 잘할게요.” 그 말에 다들 터졌고, 나도 결국 웃어버렸다.
지금도 우리는 같이 게임한다. 싸울 때도 있다. 그는 아직도 보스 장판을 밟고, 나는 아직도 “힐 안 줌”이라고 협박한다. 그래도 매일 밤 접속 알림이 뜨면 조금 웃게 된다. 연애는 랜덤 매칭 같지만, 가끔은 생각보다 괜찮은 파티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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