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명당이 빨래방? 💕🌸
불꽃축제 명당이 빨래방? 💕🌸
홍브로
2주 전
돗자리 들고 나갔다가 멘탈만 접은 날
나는 올해 여의도 불꽃축제를 빨래방에서 봤다. 그것도 제일 앞줄은 건조기 3번 앞이었다. 돗자리, 김밥, 보조배터리까지 챙긴 나는 스스로를 꽤 준비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친구 지민이랑 오후 네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여의나루역 계단부터 이미 축제였다. 사람들은 전부 같은 방향으로 밀려가고 있었고, 지민이는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야, 이거 불꽃 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터지겠는데?” 나는 웃었지만 발등을 세 번 밟힌 뒤부터 표정이 웹툰 악역처럼 변했다.
생각보다 빠른 포기와 갑작스러운 커피 참사
한강공원까지 300미터 남았다는 안내를 보고도 우리는 동시에 멈췄다. 300미터가 아니라 300년처럼 느껴졌다. 결국 근처 골목으로 빠져나와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지민이가 내 흰 맨투맨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통째로 선물했다.
“미안! 진짜 미안! 이거 추상화 같아!” 지민이는 사과를 하는 건지 작품 평을 하는 건지 모를 말을 했다. 축제고 뭐고 나는 축축한 커피 인간이 됐다. 그때 골목 끝에 ‘24시 셀프빨래방’ 간판이 보였다. 우리는 불꽃축제 명당 대신 얼룩 제거 명당으로 입장했다.
건조기 앞 1열, 의외로 따뜻했다
빨래방 안에는 우리 말고도 비슷하게 떠밀려 온 사람들이 있었다. 유모차를 접고 앉은 부부, 치킨 박스를 들고 온 대학생 둘, 그리고 양말만 돌리던 아저씨. 밖에서 첫 폭죽 소리가 나자 모두가 동시에 창문 쪽을 봤다.
놀랍게도 빨래방 통유리 너머, 건물 사이로 불꽃이 딱 보였다. 완벽한 한강뷰는 아니었지만, 빨간 불꽃이 건조기 유리에 반사되면서 두 배로 터졌다. 아저씨가 갑자기 해설을 시작했다. “지금 저건 초반 기선제압이야.” 아무도 부탁 안 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본 제일 생활감 있는 축제
우리는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와 폭죽 소리를 같이 들었다. 지민이는 치킨 대학생들에게 감자튀김을 얻어왔고, 나는 커피 얼룩 빠지는 걸 보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누군가 창문★★★친 불꽃을 찍자, 빨래방 안 사람들이 괜히 박수를 쳤다.
축제가 끝나고 내 맨투맨은 뽀송하게 살아났다. 지민이가 말했다. “야, 내년에도 여기 올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 “응. 대신 커피는 네 옷에 쏟아.” 여의도 불꽃축제 명당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따뜻하고, 세제 냄새 나고, 500원짜리 동전이 꼭 필요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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