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
이상한 나라 📖🌙
은비아까비
3주 전
옛날 옛적에~ 깊은 산골 마을 끝자락에 달빛처럼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 이름은 달콩이였지. 달콩이는 귀가 길고 발이 빠른 것보다, 남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착한 마음씨로 더 유명했단다. 그런데 같은 숲에는 욕심 많은 너구리 덜렁쇠도 살았어. 덜렁쇠는 언제나 남의 것을 빼앗아 제 배를 불리려 했지.
수상한 당근밭의 문
어느 봄날, 달콩이는 할머니 산새에게 드릴 약초를 찾다가 반짝이는 당근밭을 발견했어. 당근잎 사이에는 조그만 나무문이 하나 있었는데, 문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단다. “착한 마음으로 들어오면 길이 열리고, 욕심으로 들어오면 길을 잃는다.” 달콩이는 고개를 갸웃했어.
그때 덜렁쇠가 덤불 뒤에서 튀어나와 말했지. “히히, 저 안에 금당근이 잔뜩 있을 게야! 내가 먼저 들어가야지!” 달콩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 “덜렁쇠야, 글을 잘 읽어 봐. 욕심내면 큰일 난대.” 하지만 덜렁쇠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문을 확 열어젖혔어.
이상한 나라의 세 가지 길
문 안으로 들어서자, 둘 앞에 믿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어. 하늘에는 떡구름이 둥둥 떠 있고, 냇물은 맑은 꿀처럼 반짝였으며, 나무에는 방울 소리가 나는 열매가 매달려 있었지. 길은 세 갈래로 나뉘었고, 각각 돌비석이 세워져 있었어.
- 첫째 길: 배고픈 이를 먼저 생각하는 길
- 둘째 길: 거짓말을 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
- 셋째 길: 욕심을 부리면 그림자가 무거워지는 길
달콩이는 첫째 길을 골랐어. 마침 길가에는 다리를 다친 작은 두더지가 울고 있었거든. 달콩이는 약초를 나누어 주고 등에 업어 마을까지 데려다주었어. 그러자 두더지가 고맙다며 은방울꽃 씨앗 하나를 건네주었지. “이 씨앗은 진심으로 남을 도울 때 길을 밝혀 줄 거야.”
한편 덜렁쇠는 셋째 길로 달려갔어. 길가에 금빛 당근이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야. 그는 두 팔 가득 당근을 안고 더 챙기려 했지. 그러자 덜렁쇠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무거워져 발목을 꽉 붙잡았어. “아이고, 내 다리야! 왜 안 움직이는 거야?”
거짓말 장터의 소동
달콩이는 두더지를 돕고 길을 걷다가 시끌벅적한 장터에 도착했어. 그곳에서는 물건값을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치렀단다. 정직한 말 한마디를 하면 떡 한 조각을 얻고, 친절한 행동 하나를 하면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었지.
그때 덜렁쇠가 질질 끌려오듯 나타났어. 그는 그림자를 숨기며 큰소리쳤지. “나는 이 나라의 임금님과 친한 사이다! 그러니 금당근을 모두 내놓아라!” 하지만 거짓말을 하자마자 장터 바닥이 빙글빙글 돌더니 덜렁쇠는 출발했던 문 앞까지 휙 날아갔어.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달콩이는 덜렁쇠가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했어.
달콩이의 선택
장터의 할아버지 고양이가 달콩이에게 말했어. “착한 토끼야, 네가 받은 은방울꽃 씨앗을 심으면 집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하지만 욕심 많은 친구는 스스로 잘못을 뉘우쳐야만 함께 돌아갈 수 있단다.” 달콩이는 잠시 생각했어. 덜렁쇠는 얄밉고 말썽꾸러기였지만, 숲에서 함께 지내는 이웃이었거든.
달콩이는 문 앞에서 끙끙대는 덜렁쇠에게 다가갔어. “덜렁쇠야, 이제라도 솔직히 말하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내가 도와줄게.” 덜렁쇠는 처음엔 고개를 돌렸지만, 무거운 그림자 때문에 한 발짝도 못 움직이자 눈물을 뚝뚝 흘렸어. “달콩아, 미안해. 난 늘 남의 것을 탐냈어. 네 말도 무시했고, 거짓말도 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은방울꽃이 연 문
달콩이는 덜렁쇠의 진심을 믿고 은방울꽃 씨앗을 땅에 심었어. 그러자 작은 싹이 돋더니 은빛 꽃이 종처럼 활짝 피었고, 맑은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지. 덜렁쇠의 그림자는 점점 가벼워져 원래 크기로 돌아왔어. 그리고 눈앞에 마을로 통하는 따뜻한 나무문이 열렸단다.
두 친구가 숲으로 돌아오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 덜렁쇠는 가장 먼저 할머니 산새에게 달려가 훔쳐 두었던 밤과 도토리를 모두 돌려주었어. 또 마을 동물들에게 사과하며, 달콩이와 함께 약초밭을 가꾸기 시작했지.
이야기의 교훈
그 뒤로 숲속 친구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달콩이를 찾아왔고, 덜렁쇠도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 물론 가끔 반짝이는 당근을 보면 눈이 동그래지긴 했지만, 그때마다 “욕심은 그림자를 무겁게 만든다”는 말을 떠올렸단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분명해. 남을 속이고 욕심을 부리면 결국 스스로 곤란해지고, 정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도우면 이상한 나라에서도 길은 열린다는 거야. 착한 마음은 작아 보여도 어두운 길을 밝히는 은방울꽃처럼 힘이 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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