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간 바다가 대박이었다 💕🌸
혼자 간 바다가 대박이었다 💕🌸
홍브로
1개월 전
혼자 간 바다가 내 편이던 날
혼자 해수욕장에 가면 되게 쓸쓸할 줄 알았다. 근데 도착 10분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도 “우리 이제 뭐 먹어?”라고 묻지 않는 자유, 그게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전날 밤, 회사 단톡방에서 또 주말 출근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기차표를 끊었다. 목적지는 그냥 이름이 예쁜 해수욕장. 아침에 작은 백팩 하나 메고 역에 서 있는데, 괜히 도망치는 사람 같아서 혼자 피식 웃었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슬리퍼에 모래가 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아 짜증 나” 했을 텐데, 그날은 그것마저 여행 같았다. 파라솔도 안 빌리고 돗자리 하나 펴고 앉았는데, 옆자리 커플이 김밥을 먹으며 싸우고 있었다. “오빠는 왜 항상 참치만 골라 먹어?” 그 말을 듣는 순간, 혼자 온 내가 갑자기 인생 승리자처럼 느껴졌다.
점심은 해변 앞 분식집에서 먹었다. 혼자라서 2인분 시키기 애매해 떡볶이 하나만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내 앞에 접시를 놓으며 말했다. “혼자 왔어요? 잘했네. 둘이 와도 결국 한 명은 삐져.” 너무 명언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까지 싹 비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바다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세웠는데, 바람이 생각보다 세게 불었다. 타이머 10초를 누르고 멋있는 척 걸어가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어어어!” 했다. 돌아보니 내 휴대폰이 삼각대째 모래 위로 철푸덕 누워 있었다. 화면엔 파도보다 선명한 내 당황한 얼굴 셀카가 17장 찍혀 있었다.
민망해서 주섬주섬 챙기는데, 초등학생쯤 된 애가 옆에서 말했다. “이모, 유튜버예요?” 나는 반사적으로 “아니, 그냥… 나를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말하고 나니 더 이상했다. 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멋있다” 하고 뛰어갔다.
해 질 무렵엔 편의점 커피를 들고 방파제에 앉았다. 혼자라서 심심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기분이 잘 들렸다. 배고프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고, 멍때리고 싶으면 누구 눈치도 안 봤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사진첩을 보니 멋진 바다 사진보다 넘어지는 삼각대 사진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게 제일 좋았다. 완벽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대로 망친 여행이라 더 웃겼다. 다음엔 친구랑 오고 싶냐고? 음… 친구는 좋지만, 참치김밥 때문에 싸울 바엔 나랑 한 번 더 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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