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다 여친 생긴 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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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브로
1개월 전
게임에서 시작된 이상한 파티
처음엔 그냥 힐러가 필요했다. 진짜다.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원대한 계획 같은 건 없었고, 새벽 두 시에 레이드 못 깨서 눈이 풀린 상태였다. 그때 파티에 들어온 닉네임이 ‘Luna’였는데, 들어오자마자 채팅창에 “hi, I heal badly but I try”라고 쳤다.
나는 번역기 켜놓고 “괜찮아요 저도 딜을 못해요”라고 보냈다. 영어로는 “I also damage not good”이었다.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그녀가 “same energy lol”이라고 했다. 그날 우리는 보스를 세 번이나 못 잡았고, 파티원 둘이 조용히 탈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겼다. 보스한테 맞아 죽을 때마다 그녀가 “again? we are professionals”라고 해서 새벽에 혼자 킥킥댔다.
번역기가 만든 묘한 오해
며칠 뒤부터 자연스럽게 같이 게임을 했다. 나는 영어를 못했고, 그녀는 한국어를 못했다. 대화는 대부분 번역기와 이모티콘이 해결했다. 문제는 번역기가 가끔 우리 사이를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어느 날 내가 “오늘 컨디션 별로라 손이 굳었네”라고 보냈는데 번역 결과가 “My hands are frozen because of my mood”로 갔다.
그녀가 갑자기 걱정하면서 “Are you outside? Do you need gloves?”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 게임을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한참 웃더니 다음부터 내가 실수하면 “gloves problem?”이라고 놀렸다. 나도 질 수 없어서 그녀가 힐을 늦게 주면 “hospital closed?”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만 아는 농담이 하나씩 쌓였다.
마이크를 켠 날 생긴 일
결정적인 건 음성채팅이었다. 처음 목소리를 들은 날, 나는 괜히 물을 세 번 마셨다. 그녀가 “your voice is calm”이라고 했고, 나는 긴장해서 “thank you, your voice is… expensive”라고 말했다. 말하고 나서 내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5초쯤 조용하더니 크게 웃었다. “expensive voice? I will remember that.”
그날 레이드는 망했다. 내가 보스 패턴을 피해야 하는데 그녀 웃음소리에 집중이 깨져서 장판 위에 멍하니 서 있었다. 친구가 옆에서 디스코드로 “야 너 왜 이렇게 못해졌냐?”라고 하길래 솔직히 말했다. “나 지금 국제적으로 망신 중이야.”
고백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몇 달 뒤 그녀가 먼저 말했다. “If I visit Korea, will you show me good food?”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yes, very good food and maybe me”라고 답했다. 또 번역기식 자신감이었다. 그녀는 “maybe you is important”라고 했다. 그 문장을 보고 심장이 게임 로그인 화면처럼 멈췄다.
결국 우리는 사귀게 됐다. 거창한 이벤트도 없었고, 서로 완벽하게 말이 통하지도 않았다. 대신 매일 접속해서 오늘 밥 뭐 먹었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양이가 키보드 밟았는지 얘기했다. 얼마 전엔 그녀가 한국어로 “오빠 장갑 문제?”라고 보냈다. 내가 게임에서 또 죽은 날이었다. 사랑은 언어를 넘는다더니, 정확히는 내 실력 부족까지 넘어주는 사람이 생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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