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잠금화면 참사 💕🌸
소개팅 잠금화면 참사 💕🌸
홍브로
1개월 전
소개팅에서 제일 무서운 건 침묵이 아니었다
소개팅 첫 10분 만에 나는 깨달았다. 아, 오늘은 망하면 안 되는 날이다. 상대분이 너무 내 취향이었고, 심지어 웃을 때 컵을 살짝 내려놓는 습관까지 귀여웠다.
장소는 주말 오후의 작은 카페였다. 나는 평소보다 셔츠도 다려 입고, 향수도 ‘한 번만’ 뿌린다는 걸 세 번 눌렀다. 친구가 “제발 말만 너무 많이 하지 마”라고 했는데, 그 말이 귓가에 맴돌수록 입이 더 바빠졌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말엔 보통 뭐 하세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저는 산책 좋아해요. 사람 많은 데보다 조용한 곳이요.”라고 했다. 나도 냅다 “저도요!”라고 했지만, 사실 내 주말은 침대와 배달앱 사이 왕복 산책이었다.
그래도 대화는 잘 흘렀다. 영화 얘기, 회사 얘기, 좋아하는 음식 얘기까지. 그녀가 “저 매운 거 잘 못 먹어요”라고 하길래 나는 멋있는 척 “저도 요즘 위가 예민해서요”라고 했다. 어제 불닭에 치즈 두 장 올려 먹은 사람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문제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친구 단톡방 알림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뒤집으려는 순간, 잠금화면에 메시지가 큼지막하게 떴다.
“야 소개팅녀 어때? 사진보다 괜찮냐?”
나는 순간 손이 얼었다. 더 최악은 그녀도 그 문장을 봤다는 것이다. 공기가 갑자기 아메리카노 얼음보다 차가워졌다. 나는 급하게 폰을 엎으며 말했다. “아, 친구가 좀… 말을 막 해서요.”
그녀는 잠깐 침묵하더니 빵 터졌다. “사진보다 괜찮냐는 말은 좀 웃기네요. 그래서요? 괜찮아요?”
진짜 실수는 그 다음이었다
여기서 보통 사람이라면 센스 있게 넘어갔을 것이다. “실물이 훨씬 좋으세요” 정도면 됐다. 그런데 긴장한 나는 입이 뇌보다 먼저 출근했다.
“네, 사진은 약간… 증명사진 느낌이셨는데 지금은 훨씬 사람 같으세요.”
말하고 나서 내 영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더니 다시 웃었다. “저 방금 칭찬받은 거 맞죠?” 나는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그럼요. 아주 좋은 의미의 사람…”
주말의 결론
결국 그날 소개팅은 이상하게 나쁘지 않게 끝났다. 헤어질 때 그녀가 말했다. “오늘 좀 웃겼어요. 다음엔 친구 알림 꺼두고 오세요.”
집에 와서 친구에게 화를 냈더니 답장이 왔다. “그래서 사진보다 괜찮았냐?”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보냈다. “응. 근데 내가 사진보다 못했을 듯.” 소개팅에서 제일 위험한 건 침묵이 아니라, 잠금화면과 내 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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