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가방에서 야옹 💕🌸
지하철 가방에서 야옹 💕🌸
홍브로
2개월 전
출근길에 너무 조용한 사람은 의심해야 한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내 인생 최대의 무음 코미디를 봤다. 평소처럼 2호선 문이 닫히자마자 사람들은 각자 휴대폰 속으로 사라졌고, 나도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내 앞에 앉은 남자분이 너무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어서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처음엔 그냥 피곤한 직장인인 줄 알았다. 넥타이는 살짝 삐뚤고, 무릎 위엔 노트북 가방, 손에는 반쯤 먹다 만 삼각김밥 봉지가 있었다. ‘아, 저 사람도 월요일한테 졌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동지를 외치는데, 갑자기 옆자리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요… 가방에서 소리 나요.”
가방 안에서 울린 의문의 야옹
그 순간 진짜 작게 “야옹” 소리가 났다.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남자분은 번쩍 눈을 뜨더니 자기 가방을 내려다보고 굳었다. 나도 속으로 ‘설마 고양이?’ 했는데, 그는 지퍼를 아주 조금 열고 속삭였다. “너 왜 여기 있어…”
가방 틈으로 나온 건 작은 고양이 얼굴이었다. 눈은 동그랗고 표정은 당당했다. 마치 “내가 출근 좀 하면 안 되냐”는 얼굴. 남자분은 얼굴이 빨개져서 “어제 밤에 가방 정리하다가 얘가 들어간 걸 몰랐나 봐요…”라고 말했다. 누군가 피식 웃자 칸 전체에 참았던 웃음이 번졌다.
그때 역무원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남자분은 다음 역에서 급히 내리려 했다. 그런데 고양이가 가방 밖으로 앞발을 쏙 내밀더니 삼각김밥 봉지를 툭 쳤다. 남자분이 “야, 그건 내 아침이야”라고 하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같이 출근했으면 식대도 줘야죠.”
월요일을 이긴 건 고양이였다
결국 남자분은 다음 역에서 내리면서 고양이를 품에 안고 회사에 전화했다. “저… 반차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유는… 가족 동반 출근 실패입니다.” 그 말에 문 닫히기 직전까지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회사에 도착해서 팀장님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팀장님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회사도 고양이 출근은 사람보다 환영인데.”
월요일 아침은 늘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지하철 한 칸이 잠깐 만화책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출근길에 가방이 유난히 따뜻하면 꼭 한 번 열어봐야 한다. 혹시 내 의지보다 먼저 출근한 누군가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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