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첫날 대참사 💕🌸
헬스장 첫날 대참사 💕🌸
홍브로
2개월 전

헬스장 첫날부터 나는 러닝머신 위에서 인생의 주마등을 봤다. 문제는 내가 뛴 지 3분밖에 안 됐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옆자리 아주머니가 내 속도를 슬쩍 보더니 피식 웃었다는 거다.
사실 등록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운동 필요’가 너무 정중하게 적혀 있어서 오히려 상처받았다. 그래서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헬스장 문을 열었고, 상담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이시면 가볍게 시작하시면 돼요.” 그 말만 믿었다.
나는 러닝머신 속도를 5로 맞췄다. 빠른 걸음이라길래 자신 있었다. 그런데 1분쯤 지나자 내 다리는 회식 3차까지 끌려간 직장인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옆자리 아주머니는 속도 8로 뛰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심지어 웃고 있었다. 나는 화면 속 칼로리 숫자가 7에서 멈춘 걸 보고 마음이 먼저 꺾였다.
그때 트레이너 선생님이 다가와 말했다. “회원님, 자세 좋아요. 조금만 더 해볼까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조금이 몇 분인가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해맑게 “10분이요.”라고 했다. 그 순간 내 표정은 이미 헬스장 탈퇴 신청서였다.
간신히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 운동화 끈이 기계 틈에 살짝 걸려 있었던 거다. 나는 멋있게 내려오려다 발이 ‘툭’ 걸렸고, 앞에 있던 요가 매트 위로 조용히 착지했다.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자세가 너무 완벽한 절이었다.
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스트레칭인 척했다. 팔을 쭉 뻗으며 “하체가 좀 뭉쳤네…”라고 혼잣말했는데, 바로 뒤에서 누가 말했다. “그거 스트레칭 아니고 사과하는 자세 같은데요.” 돌아보니 아까 그 아주머니였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웃었다.
그 아주머니는 내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나도 첫날엔 러닝머신 정지 버튼 못 찾아서 직원이 구해줬어요.” 이상하게 그 말에 위로가 됐다. 헬스장은 몸 좋은 사람만 오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들 한 번쯤은 기계한테 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집에 돌아와 가족 단톡방에 ‘오늘 운동 시작함’이라고 보냈다. 엄마가 바로 답했다. “그래, 무리하지 말고.” 그 뒤에 동생이 보낸 말이 결정타였다. “형, 헬스장이 형을 무리한 거 아니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내일 또 갈 생각이다. 왜냐면 오늘 러닝머신에 두고 온 자존심을 찾아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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