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새벽 알바의 귓속말 💕🌸
PC방 새벽 알바의 귓속말 💕🌸
홍브로
2개월 전

새벽 두 시, 37번 자리에서 시작된 소동
PC방 알바를 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그런데 그날은 진짜로 손님보다 내가 더 게임 속에 들어간 줄 알았다. 새벽 두 시쯤, 매장에는 라면 냄새랑 키보드 소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카운터에서 졸음을 참으며 컵라면 뚜껑을 닫고 있었다. 그때 37번 자리 손님이 손을 번쩍 들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였는데,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며 말했다. “저기요… 여기 혹시 귀신 나와요?”
순간 라면 물 붓던 손이 멈췄다. “네?” 하고 다가가니 손님이 헤드셋 한쪽을 살짝 들었다. “자꾸 누가 제 뒤에서 ‘잘한다’고 속삭여요.”
솔직히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피곤하면 게임 소리도 이상하게 들리니까. 나는 최대한 알바다운 미소로 “헤드셋 문제일 수도 있어요” 하고 새 걸로 바꿔줬다. 그런데 5분 뒤, 이번엔 손님이 의자째 뒤로 밀려났다. “방금 또 했어요. 근데 이번엔 ‘궁 써’래요.”
그 말에 주변 두 명도 슬금슬금 헤드셋을 벗었다. 나도 괜히 등 뒤가 서늘해져서 37번 자리 근처를 살폈다. 의자 밑, 본체 뒤, 칸막이 옆까지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손님은 진지하게 말했다. “저 롤 승급전인데… 귀신이 오더를 잘해요.”
그때였다. 카운터 쪽 스피커에서 아주 작게 “아니 거기서 왜 들어가…”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랑 손님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소름이 돋아서 CCTV 화면을 봤는데, 화면 구석에 사장님 방이 보였다. 그리고 사장님이 의자에 기대 누워, 휴대폰으로 37번 자리 게임 화면을 원격으로 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매장 관리 프로그램으로 화면을 확인하다가, 실수로 관리자 마이크를 켜놓은 거였다. 심지어 본인은 잠결에 훈수를 두고 있었던 것. 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사장님은 눈도 못 뜨고 중얼거렸다. “용 먹어야지…”
37번 손님은 한참 말이 없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귀신이 아니라 고인물이었네요.” 결국 그 손님은 사장님 훈수 덕분인지 승급에 성공했고, 나갈 때 카운터에 와서 말했다. “다음에도 귀신 자리 예약되나요?”
그 뒤로 우리 매장 37번 자리는 조용히 유명해졌다. 손님들 사이에선 ‘훈수령 자리’라고 불렸고, 사장님은 며칠 동안 마이크 버튼에 테이프를 붙이고 다녔다. PC방 알바하면서 배운 건 하나다. 새벽에 들리는 속삭임보다 무서운 건, 잠결에도 게임을 못 놓는 사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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