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그녀가 건넨 것 💕🌸
해변의 그녀가 건넨 것 💕🌸
홍브로
2개월 전

여름휴가 첫날, 심장이 먼저 입수했다
여름휴가 첫날, 나는 여행지에서 너무 섹시한 그녀를 만났다. 문제는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내 뇌는 바다보다 먼저 출렁였다.
제주 작은 해변이었다. 나는 새로 산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누가 봐도 '나 오늘 놀러 왔어요' 상태로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있었다. 그때 밀짚모자에 선글라스, 빨간 린넨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다가왔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날리는데, 솔직히 영화 예고편인 줄 알았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혹시 시간 좀 있으세요?' 나는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네, 뭐… 휴가라서요.' 그러자 그녀가 환하게 웃더니 내 손에 뭔가를 쥐여줬다. 전화번호? 아니었다. 집게였다.
'해변 플로깅 인원이 한 명 부족해서요. 같이 하실래요?' 순간 내 안의 로맨스가 조용히 폐업했다. 그래도 이미 멋있는 척을 너무 많이 해둔 상태라 '아, 저 이런 거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사실 플로깅이 뭔지도 방금 알았다.
우리는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그녀는 조개껍데기처럼 작은 플라스틱도 척척 집어냈고, 나는 멋지게 보이려고 빈 캔을 집다가 모래에 발이 푹 빠졌다. '괜찮으세요?'라는 말에 '원래 이렇게 걷습니다'라고 했더니 그녀가 웃다가 거의 주저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바람이 확 불었다. 내 쓰레기봉투가 풍선처럼 부풀더니 그대로 날아갔다. 나는 본능적으로 달렸다. 문제는 슬리퍼 한 짝이 먼저 배신했다는 거다. 맨발로 모래 위를 뛰며 봉투를 잡는 내 모습은 청춘 영화가 아니라 재활용센터 홍보 영상에 가까웠다.
겨우 봉투를 잡고 돌아오니 그녀가 박수를 쳤다. '오늘 참가자 중 제일 열정적이세요.' 나는 숨을 헐떡이며 '원래 환경에 진심이라서요'라고 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근데 혹시 김민수 씨 맞으세요?' 내 이름이라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나는 전날 술김에 게스트하우스 게시판에 플로깅 신청을 해놓고 완전히 까먹은 사람이었다.
끝나고 그녀가 아이스커피를 사줬다. 번호를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다음에도 오세요. 봉투는 제가 챙겨둘게요.' 그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이번 여름휴가에서 얻은 건 로맨스가 아니라 햇볕에 탄 목덜미와 분리수거 실력이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섹시한 그녀가 내게 건넨 건 번호가 아니라 집게였지만, 덕분에 나는 바다 앞에서 제일 진지하게 쓰레기를 쫓아다닌 남자가 됐다. 여행지에서는 진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특히 전날 밤의 내가 뭘 신청했는지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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