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하다 경매 열린 날 💕🌸
중고거래하다 경매 열린 날 💕🌸
홍브로
2개월 전

만원 깎으려다 제가 깎였습니다
중고거래를 하러 나갔다가 제 자존심이 먼저 거래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우리 동네 빵집 앞에서요. 저는 안 쓰는 무선청소기를 올렸고, 올린 지 3분 만에 채팅이 왔습니다. “오늘 바로 가능할까요?” 이 문장 하나에 저는 이미 마음속으로 판매 완료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약속 시간은 저녁 7시. 저는 청소기를 번쩍 들고 나갔는데, 솔직히 살짝 민망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저 사람 집에서 쫓겨났나?’ 하는 눈빛으로 보는 것 같았거든요. 구매자분은 회색 후드티에 백팩을 멘 남자분이었고, 보자마자 꾸벅 인사했습니다. “작동 한번만 봐도 될까요?” 저는 자신 있게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청소기가 “위이이잉” 하고 켜지자마자 빵집 앞 비둘기 세 마리가 동시에 날아올랐습니다. 그중 한 마리가 구매자분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고, 저는 너무 당황해서 “성능 좋죠?”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구매자분이 웃음을 참으며 “흡입력 말고 퇴치력도 있네요”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거래 분위기가 이상하게 화기애애해졌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5만 원에 올렸는데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혹시 4만 원은 어려울까요?” 저는 원래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빵집 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아이고, 그 청소기 파는 거예요? 우리 매장 바닥용으로 딱인데”라고 하시는 겁니다. 갑자기 구매자분 눈빛이 흔들렸고, 저도 모르게 청소기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구매자분이 급하게 말했습니다. “그럼 5만 원 드릴게요.” 빵집 사장님은 “나는 5만 5천 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순간 당근이 아니라 경매장에 온 줄 알았습니다. 근데 또 여기서 양심이 발동했습니다. 원래 먼저 온 사람에게 파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구매자분께 5만 원에 드렸습니다. 저는 멋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약속이 먼저니까요”라고 했습니다.
거래가 끝나고 돌아서는데 구매자분이 청소기를 들고 한마디 했습니다. “사실 저 빵집 사장님 아들이에요. 엄마가 가격 올릴까 봐 도와준 거예요.” 저는 그 자리에서 3초간 멈췄습니다. 뒤에서 빵집 사장님이 손을 흔들며 웃고 계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오늘 저는 청소기를 판 게 아니라, 협상 수업을 5만 원에 들은 거라고요. 그리고 다음 물건부터는 ‘가족 동원 금지’라고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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