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첫날 생긴 일💕🌸
헬스장 첫날 생긴 일💕🌸
홍브로
2개월 전

헬스장 첫날, 러닝머신이 나를 기억했다
솔직히 말하면 헬스장 등록은 운동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했다.
결제하고 받은 운동복을 입는 순간 거울 속 내가 약간 성공한 직장인 같았다.
문제는 그 자신감이 러닝머신 전원 버튼 앞에서 정확히 3분 만에 사라졌다는 거다.
퇴근 후라 헬스장은 사람이 꽤 많았다. 다들 이어폰 끼고 각자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고, 나는 가장 구석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직원분이 지나가며 “처음이세요? 천천히 하시면 돼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래서 나는 속도 6을 눌렀다.
걷기와 뛰기의 중간, 딱 ‘나 운동 좀 해요’처럼 보이는 속도였다.
처음 5분은 좋았다. 창밖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내 발소리는 규칙적이고, 땀 한 방울이 턱에서 떨어졌다.
‘오, 이거 블로그에 써도 되겠는데?’ 하는 순간, 옆 러닝머신에 아주머니 한 분이 올라오셨다.
그리고 속도 8.5를 누르셨다. 이어폰도 없이, 표정 변화도 없이, 그냥 동네 마실 나온 사람처럼 달리셨다.
나는 괜히 물병을 잡으며 숨을 고르는 척했다. 그때 아주머니가 내 쪽을 보고 말했다.
“총각, 그거 안전핀 옷에 꽂아야 해.” 나는 “아, 네네” 하고 웃으며 안전핀을 티셔츠에 꽂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휴대폰 알림이 와서 화면을 보려다가 이어폰 줄이 물병에 걸렸고, 물병이 굴러가며 안전핀 줄을 툭 잡아당겼다.
러닝머신이 갑자기 멈췄다. 내 몸은 아직 속도 6의 마음가짐이었고, 발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뒤로 두 걸음, 마지막엔 마치 투명한 바나나껍질을 밟은 사람처럼 양팔을 허우적댔다.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뒤에 있던 트레이너가 “나이스 밸런스!”라고 외쳤다. 그게 더 창피했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달리면서 조용히 엄지를 들어줬다.
나는 괜찮은 척 다시 속도 3을 눌렀다. 걷기 시작하자 화면에 칼로리 소모량이 떴다.
17kcal. 방금 내 자존심은 최소 치킨 반 마리만큼 탔는데, 기계는 너무 냉정했다.
집에 와서 엄마가 물었다. “운동 잘했어?”
나는 수건을 빨래통에 넣으며 말했다. 응, 오늘은 헬스장에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왔어.”
다음 날 헬스장 앱 알림이 왔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보세요.’
나는 조용히 알림을 껐다.
어제의 나도 아직 수습이 안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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