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달토끼 📖🌙
은혜 갚은 달토끼 📖🌙
은비아까비
2개월 전
옛날 옛적에~ 깊고 푸른 산골 마을에 마음씨 곱기로 소문난 나무꾼 돌쇠가 살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가진 것이라곤 낡은 지게와 무딘 도끼뿐이었으나, 배고픈 이웃을 보면 제 밥그릇을 먼저 내어 주고, 길 잃은 짐승을 보면 제 집 처마 밑에 재워 주는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만난 작은 목숨

어느 가을밤, 돌쇠가 산에서 나무를 해 내려오는데, 풀숲에서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쇠가 조심스레 다가가 보니, 하얀 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발을 다친 채 떨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아이고, 가엾어라. 누가 이리 모진 짓을 하였단 말이냐.” 그는 제 손이 피투성이가 되는 줄도 모르고 덫을 벌려 토끼를 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품속에 넣어 따뜻이 감싸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성으로 돌본 상처
돌쇠는 토끼의 발에 약초를 찧어 붙이고, 좁쌀죽을 끓여 조금씩 먹였습니다. 토끼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듯 돌쇠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고, 사흘이 지나자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습니다. 돌쇠는 욕심 없이 작은 생명도 귀히 여겼습니다. 토끼는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듯 달빛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욕심 많은 부자의 계략

그 마을에는 황 첨지라 불리는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곳간에 쌀가마가 산처럼 쌓였으나, 가난한 이에게 한 줌도 나누지 않는 욕심쟁이였습니다. 황 첨지는 돌쇠가 흰 토끼를 구했다는 소문을 듣고 눈을 번뜩였습니다.
“흰 토끼라면 분명 귀한 짐승일 터. 잡아다 팔면 큰돈이 되겠구나.” 황 첨지는 하인들을 시켜 돌쇠의 집을 엿보게 하였고, 밤이 깊자 토끼를 훔쳐 오라 명하였습니다.
그날 밤, 하인들이 살금살금 돌쇠의 집으로 들어왔으나, 토끼는 이미 달빛 속에 깨어 있었습니다. 토끼가 마루를 세 번 콩콩 뛰자, 갑자기 집 앞 대나무들이 바람도 없는데 사르르 흔들리며 소리를 냈습니다. 그 소리에 돌쇠가 깨어나 하인들을 붙잡았습니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하나니
하인들은 벌벌 떨며 황 첨지가 시켰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황 첨지는 오히려 큰소리쳤습니다. “그 토끼는 본디 내 산에서 나온 것이니 내 것이 아니냐!” 마을 사람들은 그의 억지를 듣고 수군거렸으나, 권세와 재물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 하였습니다.
달궁전의 신비한 보답

그날 밤, 돌쇠는 토끼를 안고 산마루에 올랐습니다. “네가 나 때문에 큰일을 당할까 걱정이구나. 이제 산으로 돌아가거라.” 돌쇠가 말하자, 토끼는 갑자기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사람 말로 또렷이 말했습니다.
“착한 나무꾼아, 나는 달궁전에서 내려온 달토끼이니라. 인간 세상의 마음을 살피러 왔다가 덫에 걸렸는데, 네가 목숨을 구해 주었구나. 네 은혜를 갚지 않고 어찌 하늘로 돌아가겠느냐.”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 둥근 달빛이 비단처럼 내려와 산마루를 환히 감쌌습니다. 달토끼는 작은 절구를 꺼내더니 방아를 찧었고, 절구 속에서는 황금이 아니라 희고 맑은 쌀알들이 샘물처럼 솟아났습니다. 그 쌀은 굶주린 이가 먹으면 배가 부르고 힘이 솟았습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이가 탐내면 손안에서 모래로 변했습니다.
밝혀진 죄와 되돌아온 평화

다음 날, 돌쇠는 달토끼가 준 쌀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병든 노인은 기운을 차렸고, 굶주린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황 첨지는 몰래 돌쇠의 뒤를 밟아 산마루에 올라갔습니다.
황 첨지는 달토끼가 남긴 절구를 발견한 줄 알고 허겁지겁 품에 넣었습니다. “이제 이 쌀은 모두 내 것이다!” 그가 소리치자, 절구는 갑자기 무거운 바위로 변하여 황 첨지의 발등을 짓눌렀습니다. 그는 울며불며 살려 달라 애원했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도둑질과 거짓말을 모두 고백했습니다.
마을 원님은 황 첨지에게 곳간의 쌀을 풀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라 명하였고, 다시는 남의 것을 탐하지 못하게 벌을 내렸습니다. 황 첨지는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뉘우쳤으나, 사람들의 믿음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은혜와 욕심의 가르침

돌쇠는 달토끼가 준 신비한 쌀을 자기 배만 채우는 데 쓰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나누고, 다친 짐승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그 후로 돌쇠의 집 처마에는 이상하게도 달빛이 오래 머물렀고, 보름밤이면 흰 토끼 그림자가 마당을 조용히 지나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교훈은 분명하니라. 작은 생명에게 베푼 착한 마음은 언젠가 큰 복이 되어 돌아오고, 남의 것을 탐하는 욕심은 끝내 제 발등을 찍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넉넉할 때 나누고, 어려울 때도 올바른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선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느니라.
은혜를 베풀면 세상도 그 은혜를 기억하느니라.
욕심보다 나눔이 오래 빛나는 보배이니라.
그리하여 산골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일러 주었습니다.
“달 밝은 밤에 작은 울음소리가 들리거든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 네가 구한 작은 목숨이 훗날 네 마음을 구할지도 모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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